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산업자원부 섬유생활산업과 배승진 서기관의 지난달 26
일 하루 일과를 보자. 배서기관은 통근버스를 타고 오
전 8시 20분에 출근했다.
9시까지는 각 일간지 및 섬유 전문지들을 훑어보는 시
간. 그리고 나서는 오늘 해야할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한
다음 시간 배분을 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한다.
오전중에는 각종 서류를 챙기는 것이 일상인데 오늘은
정부에서 실직자들을 위해 시행중인 「공공근로사업」
활용방안을 검토했다.
12시에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에는 KDI에서 열리는
「밀라노 프로젝트」 자문회의 참석. 사무실에 돌아와
서는 다시금 오전 업무의 연속이다. 그러나 중간에 민
원인이라도 들이닥치면 업무는 맥이 끊기기 일쑤다.
퇴근은 8시를 넘겨야 가능했다. 그나마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밤 10∼12시 사이에 퇴근하기 때문에 이날 퇴근이
그리 늦은 것은 아니다.
IMF 이후 우리나라 사회에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
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 부처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오히려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까닭에 그 강도가 더
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다.요즘 산자부 섬유생활 공
업과 공무원들은 격무에 시달린다.
배서기관과 마찬가지로 통상 퇴근 시간은 8시이지만 시
간을 훌쩍 뛰어 넘어 밤 12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허다
하다.
섬유생활산업과 인원이라고 해 봐야 사무 보조를 보는
여직원까지 합쳐 13명. 연간 무역 흑자가 120억 달러에
이르는 우리나라 섬유 산업을 관장하는 주무부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밖이다.
현재 섬유생활산업과는 업무 담당 위주로 사무관 및 주
무관 2인이 1개 팀을 이루는 일종의 팀제 형식으로 운
영되고 있다.
섬유 관련 부서가 이처럼 줄어든 원인은 국내적 요인도
있지만 자유무역 체제라는 세계적 흐름에 대응해야 하
는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 섬유 관련 부서는 초창기인 73년부터 94년까
지는 1개 국을 이뤄 산하에 섬유 방적·원료·제품 3개
과(課)조직을 두는 등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현재의 섬유생활산업과는 정부 조직 개편과 더불어 통
산부에서 산자부로 명칭과 기능이 변경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WTO 체제가 출범하면서 정부의 기능이 국내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무역 장벽으로 인식되면서 점차적으
로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조직이 축소되고 나서는 업무 시간의 대
부분을 매일 닥쳐오는 현안들 해결에 투입하고 있어 실
제 섬유 산업 전반을 조망하고 거시적 입장에서 정책
입안을 작성한다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꿈도 못 꿀 형편
이다.
실제로 섬유생활공업과에 들어서면 예전과는 달리 여기
저기 어정쩡하게 서서 잡담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섬유생활 산업과 수장인 정수철 과장도 거의 자리를 뜨
는 일 없이 늘 머리를 책상에 들이밀고 지내고 있다.
국민의 공복이자 국가 산업 정책을 입안한다는 명예심
만으로 지켜 내기에는 어려운 과중한 업무의 나날이지
만 이들은 오늘도 국내 섬유 산업 발전을 위해 노심초
사하고 있다.
<정기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