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단가는 떨어졌지만 작년 수출수준을 유지한 것만으로도 선방한 셈이죠. 떨어진 이윤은 내부 비용절감을 통해 보전의 길을 강구할 밖에요. 우리 제품은 그래도 특화품으로 자부하지만 바이어가 도통 구매를 않아요. 시장은 새로운 승부수(신제품)를 요구하는데 답 찾는 게 막막합니다.” (지난 11월11일 섬유의 날 기념식장에서 만난 T직물 K사장)
“SPA 승부수, 자신했는데…. 판매량은 뒤지지 않았지만 이게 결국 발목을 잡았어요. 부족한 역량 문제라 봅니다. 좁은 국내시장 탓도 있겠지만 비즈니스 방향을 재설정하는 게 급선무라 봐요. 수업료, 비록 톡톡히 냈지만 한걸음 뒤로 물러나 판을 새로 짜야죠. 기회가 아직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니까.”(브랜드 마케팅 구조조정에 나선 S통상 고위 관계자) 수출부진에, 판매난에 멍든 채 2015년이 저물어 간다. 온화스럽던 청양의 얼굴은 망연자실한 모습을 그린 채 고개를 들지 못한다. 모진 세계경기 불황의 칼바람은 유독 섬유패션업계를 겨냥했나. 소위 잘나가는 K사장을 비롯 업계 전반에 “1년 농사 헛했다”는 자조의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노루 꼬리 같은 을미년 남은 시간에 회한만 난무한다. 2015년 한 해가 또 섬유패션업계에 많은 숙제를 안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맞았다.음지와 양지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상존하는 게 세상사라 한다면 한 해의 농사를 놓고 일희일비가 경박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부른다. 劫의 시간에서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 경제는 초를 다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순간의 선택이 흥망을 가른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분명한 것은 선택을 옥죄는 징후가 마치 그림자처럼 뒤따른다. 결국 선택을 향한 결단의 시점만 부각시킨다.5년 연속 도전 160억 弗 수출돌파
魔의 壁 절감한 채 기진맥진 한계
이젠 양이 아니라 질, 선택의 결단은
당근 카드 韓中FTA 발효·美 금리인상
새 이정표 쓰는 韓섬유 좌표 삼아야
2001년 160억8100만 달러 수출을 마지막으로 160억 달러 섬유수출은 넘지 못하는 마의 벽으로 다가왔다. 장장 15년에 걸친 대장정은 한계 상황을 넘지 못한 채 주저앉고야 말았다. 너무 패배주의에 빠졌다는 반론까지 부를 수 있으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양이 아니라 급속한 질의 저하다. 올해 섬유수출은 이의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섬유수출 사상 11개월 연속 역신장을 이어간 것은 전무후무하다. 한때 25개월 연속 성장신화를 쓴 저력도 만만치 않지만 11개월 연속 역신장이 던지는 파장은 결코 이에 못지않다. 섬유수출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데 무게추가 실리는 이유다.
올해 섬유수출 모습은 향후 섬유산업에 던지는 의미가 심상치 않다. 12월 수출이 아직 끝나지 않아 예단은 금물이지만 섬유수출사상 첫 적자의 해가 될까 두렵다. 누적 흑자 3000억 달러가 넘는 섬유수출에서 봤을 때 규모가 작든 크든 적자 원년 꼬리표는 굴욕스럽다. 쓴 맛을 봐야 단 맛의 더 달콤함을 느낀다고 한다면 자기합리화의 극치라 할 것인가. 그래도 답은 달콤함의 길을 찾아 나서는 데서 찾아야 한다.
오는 20일 한·중FTA가 발효에 들어간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곧 금리인상에 나선다. 당장 무역영토 확대와 시장의 구매활기에 시선이 꽂힌다. 2장의 당근 카드가 2016년 또 새로운 출발에 나서는 한국섬유산업에 어떻게 비춰질까. 더욱 결단의 선택이 앞으로 섬유산업의 흥망에서 결코 자유스럽지가 못하다고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