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방역 방침으로) 밤시간엔 사용금지라 윗잔다리(윗잔다리어린이공원)나 8출앞(홍대입구역 8번 출구 앞 광장)에서 보드 타는 사람들이 안 보이는데, 작년 여름까지는 오후 10시면 스케이트보드 타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약속하고 오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 혼자서 보드를 들고 오죠. 그냥 가면 거기 모여 있어요. 요즘엔 사람들이 주로 여의도 물빛광장이나 뚝섬(한강공원) X게임장에서 즐기죠.” (김지현, 22)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보드타는 MZ세대가 조용히 늘어났다. 몸을 움직이고 싶은 MZ세대에게는 ‘밖에서’ ‘혼자’ 놀 수 있는 활동이 필요했다. 대표 롱보더 고효주를 시작으로 스케이트보드와 롱보드 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보드 인구를 급격히 늘리는데 한 몫 했다고 말한다.
6년째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김종원씨(34)는 “(실내에서 보드를 즐기던 사람들이 실외로 나와) 보드를 즐기는 모습이 자주 보이면서 코로나 이후 그 모습을 보고 보드에 입문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홍대 보드 판매가 코로나 이전보다 호황이라는 이야기도 많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에서 ‘크리에이터 아메리카노’로 활동하는 정주원씨(25)는 2018년에 입문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롱보드를 즐긴다. 정주원씨는 “SNS나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때 예쁜 배경을 두고 올리려는 사람이 많아 한강공원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롱보드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롱보드 커뮤니티에서 이전부터 타던 사람들과 연락해 롱보드를 빌려탄 뒤 구매한다. 커뮤니티에서 탈만한 장소와 보드 브랜드, 신발 브랜드 정보를 공유하면서 롱보드에 입문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김지현 씨는 “데일리 그라인드 매거진을 보면 참고할 만한 정보가 많다”며 “유튜브에서 프리스타일 영상을 보면서 여러 정보를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발 브랜드 중 바닥이 평평한 운동화를 파는 브랜드들은 보드용 신발로 관심 받고 있다. 이런 종류의 신발은 댄싱이나 트릭 등 기술적인 움직임을 보일 때 세세하게 감각을 느낄 수 있어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김종원씨는 “워낙 다양한 브랜드를 선호하다보니 특정 브랜드가 유행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상의는 자유롭게, 하의는 디키즈 와이드 팬츠를 입는 사람이 많다. 개인적으로 보드는 스웨덴 브랜드 포에틱 콜렉티브(Poetic Collective) 보드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보드 트렌드에 맞게 관련 산업도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커스텀이 가능한 컨버스 홍대매장이 문을 열었고, 국내 스트리트 패션 전문 편집샵 웍스아웃은 지난 9일 홍대 라이즈호텔 1층에 반스 볼트라인 매장 반스 바이 웍스아웃을 열었다. 반스는 스트리트 패션 신발 브랜드로 10대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보드용 신발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반스 바이 웍스아웃 김재순 부매니저는 “홍대라이즈호텔에 오픈한 뒤로 호텔 투숙객이나 외국인들도 관심갖고 방문한다”며 “웍스아웃에서 1030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 특성에 맞게 매장의 모든 요소에 신경써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반스 측은 “액션 스포츠와 음악, 예술, 스트리트 컬처로 이뤄진 브랜드라 스트리트 브랜드 또는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로 구분 짓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전체적인 서브컬처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원씨와 정주원씨, 김지현씨는 모두 보드가 보여주는 자유로움에 반해 입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종원씨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탈 수 있는 점이 좋아 독특한 보드 브랜드를 찾아 구매하곤 한다. 정주원씨는 군대에서 유튜브를 보던 중 고효주 롱보더 영상을 보고 롱보드로 세계여행하기를 버킷리스트에 추가하고 돈을 모으고 있다.
김지현씨는 코로나19에 답답함을 느껴 몸을 움직이고 싶어 보드를 타게 됐다. 보드가 주는 자유로움과 여러가지 기술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드 문화는 MZ세대에게 혼자 연구하고 함께 공유할 만한 콘텐츠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