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눈은 잉크로 착색된 실물과 다이오드로 망막에 투사된 허상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니 굳이 손에 질척하게 묻어나는 잉크와 끈적이는 염료를 동원해 물과 함께 삶아 빨아서 의류를 착색해야 될까? 인류는 머지않아 실제와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구별할 수 없는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염색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소중한 수자원과 이름조차 생소한 수백 종류의 유독 화학약품과 석유로 만든 합성염료를 버무려 증기를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기계 속에서 100도가 넘는 뜨거운 열로 구워 착색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벗어나 단지 시뮬레이션으로 투사된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색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것도 한번 채색되면 영원히 바꿀 수 없는 언제나 같은 색이 아닌, 환경이나 온도에 따라 수십만 컬러로 변화하는, 하지만 아무리 세탁해도 변치 않는 그런 색이다.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은 소프트 디스플레이(Soft Display) 기술의 발전일 수도 있고 원단 표면에 형성된 텍스쳐(Texture) 구조에 따라 컬러가 구현되는 ‘구조색(Structural Color)’일 수도 있다. 현재의 기술만으로도 팔뚝에 모니터링 화면을 떠올리고 지도를 투영하기도 한다.
가까운 미래의 인류는 그들의 할아버지가 단지 옷의 착색을 위해 어마어마한 유독 색소를 퍼부어 강물의 색조차 변하게 할 정도로 무지하고 야만적인 기술을 자행한 미개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편집자 주: 안동진 著, 섬유지식Ⅲ 중 염색산업의 미래-2019년 2월)
“섬유지식3 ‘염색산업의 미래’에서 언급·예측했던 미래기술이 벌써 등장했다.”
형형색색 빚어내는 다양한 컬러는 패션 제품의 핵심이다. 모든 패션의류는 착색이 필요하다. 따라서 착색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소재는 패션에 사용될 수 없었다. 지난 160년간 인류는 의류 착색을 위해 화학공업을 발전시켰고 사실상 진정한 화학의 시작은 염색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1856년 윌리엄 퍼킨이 발명한 합성염료 ‘모브(Marve)’는 인류 문명을 완전히 바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었다.
천연염료는 형편없는 견뢰도와 낮은 채도의 희미한 발색의 한계라는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원료를 구하기 어려워 비싼 가격에 팔렸다. 그에 따라 의류는 공급이 극히 제한적인 물품이었다. 모브는 천연염료의 이런 모든 단점을 단번에 해결한 위대한 발명이었다.
그러나 토머스 미즐리의 프레온 가스 발명처럼 화학기술을 이용한 염색의 폐해는 참혹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염색하려는 원단 중량의 100배에 달하는 막대한 물을 사용하고 그 1000배에 달하는 수자원의 오염을 야기한 것이다.
“중국 푸단 대학(상해 복단대)의 연구팀이 전자 섬유를 사용한 폭이 25cm인 6m 길이의 직물을 개발하였다.” 이 원단은 유연하고 통기성이 있으며 내구성이 뛰어나 실사용에 문제없는 의류 소재라고 개발팀을 이끌고 있는 푸단의 거대분자 공학과 펑후이성(Huisheng Peng) 교수는 주장한다.
통신, 센서 및 전기공급이 가능한 전자섬유는 이전에 보고되었지만 의류 소재로 사용 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면적의 디스플레이를 갖춘 섬유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구성이 높고 광범위하게 조립하기 쉬운 작은 조명 장치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부드러운 원단이라도 의류 소개가 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필수 성능이 있다. 바로 빨래에 견디는 세탁 내구성이다. 원단에게 세탁은 수만회의 마찰은 물론 세상의 어떤 것도 녹일 수 있는 강력한 용제인 물과의 물리적인 교반이 장시간 계속되는 가혹한 작업이며 같은 작업이 비슷한 간격으로 꾸준히 반복되는 지속적인 폭력이다. 이를 견디지 못하면 의류 소재로서 자격 미달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5000만종의 생물 중, 의류 소재로 사용가능한 것이 단 4가지뿐인 이유가 된다. 특히 전기, 전자 또는 금속 같은 전도성 소재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스마트 섬유는 세탁 내구성이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난제였다.
“우리는 이러한 스마트 텍스타일이 차세대 전자통신 도구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존의 고체 디스플레이 재료는 의류를 착용하고 세탁할 때 발생하는 가혹한 마찰과 변형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직물과 쉽게 호환되지 않는다. 새로운 발명품은 전도성 및 발광 섬유를 직물로 제직하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직물은 3D 입체인 인체의 불규칙한 윤곽에 자연스럽게 밀착되며 일반 직물처럼 가볍고 통기성도 있다.
1000회의 굽힘, 스트레칭 및 압착 후에도 대부분의 전계발광 장치의 성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또한 의류 원단에 가장 치명적인 세탁 내구성 시험에서 전계발광 장치의 밝기는 100회에 달하는 세척 및 건조 후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연구진은 3월 10일 네이처(Nature) 저널에 온라인으로 연구 결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의류와 패션소재를 모르는 연구진들은 이 연구를 단순히 디스플레이와 직물을 통합한 성과라고 과소평가하고 있다. 그들도 짐작도 할 수 없겠지만 이 발명은 패션역사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7000년 패션 역사에 지금까지 나타난 혁명은 첫째가 1856년의 합성염료, 두번째가 1935년의 합성섬유이다. 이 발명은 3번째 혁명으로 부족함이 없다. 우리는 미래 염색 기술의 원시 버전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