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한민국의 국민 머플러가 있었는데 바로 버버리 울(Wool) 머플러였다. 30대 이상 남녀를 통틀어 전국민이 하나 정도는 보유했던 인기 있는 머플러였다. 머플러 단일 수요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유의 버버리 타탄체크(tartan check)를 적용한 겨울용 머플러였는데 장점을 세가지나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만든 명품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더불어 겨울 패션을 완성하는 멋진 스타일이라는 장점 외에도 보온 기능이 절대 빠지지 않는 훌륭한 머플러였기 때문이다.
이 머플러는 램스울(Lambswool)과 캐시미어(Cashmere) 두가지 소재로 출시됐는데 캐시미어가 거의 두배 가격으로 훨씬 더 비쌌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다를 것 없어 보이는 두 소재는 가격이 두배로 차이날만큼 다른 것일까. 캐시미어 머플러가 램스울의 두배나 될 만큼 가치 있을까. 답은 ‘매우 그렇다’이다.
희소성(Scarcity)
먼저 원료의 공급부터 따져보자. 호주 뉴질랜드에만 1억마리에 달할 정도로 많은 면양이 목축되고 있다. 물론 용도는 양모의 채취다. 양모 채취는 ‘전모’ 라는 과정을 통해 바리깡으로 양의 털을 깨끗하게 밀어 버린다.
반면 캐시미어는 참빗으로 털을 빗어 참빗에 끼인 털을 채취할 정도로 귀하게 취급된다. 그 결과로 전세계 양모 공급은 한해 200만톤에 달하는 반면 대부분 몽골지역에서만 목축 되는 캐시미어는 5000톤에 불과하다. 그것도 최근 몇 년 사이 수요 급증으로 4배나 생산량이 늘어난 결과이다. 공급만 400배 차이가 난다. 제품에서 두배의 가격차이가 민망할 정도이다.
촉감(Hand feel)
램스울은 어린 양의 털로 셰틀랜드 울(Shetland Wool) 즉, 어른 양의 털에 비해 훨씬 부드럽다. 하지만 그 조차 캐시미어 촉감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캐시미어 굵기는 대략 14 미크론 이하로 사람 머리칼 굵기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마치 거품을 만지듯 부드러운 이유가 된다.
보온 경량(Thermo light)
캐시미어는 속이 비어 있는 중공섬유(Hollow fiber)다. 중공섬유(中空纖維)는 내부에 공기를 품고 있어서 외부로 빼앗기는 열을 잘 차단할 수 있는 구조이다. 공기는 매우 탁월한 단열재이기 때문이다. 혹한지역에 사는 북극곰의 털이 대표적인 중공섬유이다. 속이 비어 있으니 당연히 더 가볍다.
중대한 차이(Itchy free)
모직 소재인 셔츠를 본적이 있는가.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셔츠는 면이다. 모직은 면보다 흡습성이 두배나 좋으며 흡착열과 함기율 때문에 따뜻하다. 모직은 구김도 타지 않는다.
천연소재 중 레질리언스(Resilience)가 가장 좋다. 반면에 면은 열전도율이 높아서 만지면 차갑다. 흡습성은 모직의 절반에 불과하고 구김도 잘 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직 셔츠를 볼 수 없는 이유는 셔츠라는 복종이 피부와 직접 접촉하는, 내의와 같은 성격을 가진 의류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모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모직으로 된 셔츠를 입으면 따갑다. 가렵다.
피부가 예민한 사람은 발진이나 알러지가 생길 수도 있다. 양모섬유가 피부를 찌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시미어는 따갑지 않다. 굵기가 워낙 가늘어 피부를 찌를 수 없기 때문이다. 섬유 굵기가 18미크론 이하로 가늘어지면 피부를 찌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