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시대를 맞서는 피사체에 대한 본질·헤리티지 담아
‘포토그래퍼’라는 직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유학을 간 후 호주 시드니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광고 스튜디오에서 2년간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광고 사진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쌓았다. 경험치가 쌓일 무렵 나만의 스튜디오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에 독립했다. 이후 광고 화보 및 앨범 자켓 등을 촬영하며 본격적인 포토그래퍼로서의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제일기획 협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여러 유명 디자이너들과 작업하면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패션 분야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연예인, 제품, 룩북, 화보 등 다양한 분야의 사진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포토그래퍼’의 업무는 단순 촬영을 넘어 현장에서 어떠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가.
"시간의 흐름이 연속적으로 기록되는 영상과는 달리, 찰나의 흐름을 빠르게 담아내야 하는 사진의 특성상 동물적인 촉과 예민한 감각이 필수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모델에게 다양한 포즈를 코칭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만의 습관과 자연스러운 구도가 있다. 그 구도를 포착해 모델의 잠재력을 끌어올릴수록 피사체의 오리지널리티가 살아난다. 그렇기에 순간적인 관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늘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 순간을 한 컷의 사진으로 남기기 위한 작업이다. 한편, 포토그래퍼는 사진 촬영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감독하고 조율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라오스 밀림에서 현지 촬영을 하다가 리바이스와의 협업을 즉흥적으로 제안받았다. 당장 이틀 후 호주 사막에서 시작되는 촬영이었다. 무척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였기 때문에 바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한국에 방문할 시간도 없어 라오스에 가져갔던 촬영 장비를 그대로 들고 갔다. 스튜디오에서는 전부 담아낼 수 없는 자연의 광활함을 담기 위해 현장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촬영 중 수트 케이스가 분실됐고, 한 컷을 위해 한낮 사막 벌판을 10번 이상 달리기도 했다. 자연 속 모든 상황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피사체 최고의 순간을 담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화보는 업계 회자됐고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생성형 AI, 디지털화 등 고속 성장 중인 시대 속 바라본 업계 동향은.
"필름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사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 특히 포토샵과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으로 클릭 한 번만으로 하루에도 수백만 장의 사진이 생산된다. 매일 새롭게 쏟아지는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며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이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자신만의 헤리티지를 기록하고 남기고 싶은 이들의 욕구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많은 사진을 쏟아내는 것보다 대체할 수 없는 ‘감성’과 ‘메시지’, ‘헤리티지’ 전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독보적인 감성은 자신만의 헤리티지를 통해서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극적인 기교 없이도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원본’이다. 셔터를 누르기 전 사람들에게 한 컷의 작품을 내보이기 위한 모든 세팅을 마치고 '날 것 그대로의 본능'과 '본질'에 집중했을 때만 나오는 찰나의 한 컷이다."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