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고] 세상에서 제일 바둑 잘두는 알파고가 퇴출된 이유?
[오피니언기고] 세상에서 제일 바둑 잘두는 알파고가 퇴출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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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화두가 된 인공지능
경험, 감정 없고 책임지지 않아
더 나은 미래 위해 통제 불가피
최종 의사결정은 인간의 몫
1950년대 앨런 튜링 등에 통해 등장한 인공지능이 컴퓨팅 파워의 엄청난 향상과 함께 오늘날에서야 주목받고 있다. 필자는 1997년 인공지능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 논문을 취득한 바 있다. 당시 지식공학자(knowledge engineer)라 불리는 소수의 연구자가 전문가시스템(expert system),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퍼지추론(fuzzy inference) 같은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들의 새로운 시도는 학계에는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지만, 산업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실제 풀 수 있는 문제가 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인공지능은 진단이나 처방 등에 활용되었지, 오늘날 생성형 인공지능같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당시의 인공지능은 전문가들이 찾고 싶은 수많은 문제해결 방법의 하나였을 뿐이다. 산업현장에서의 실증적 문제해결 방법을 찾고자 했던 필자도 당시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실험계획법, 통계, 시뮬레이션(simulation) 같은 것을 사용하여 주로 연구하고 있을 때였다. 박사학위 취득 후 필자도 전문 국제학술지에 관련 논문 몇 편을 발행하고 나서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없었다. 대학의 교수로서 인공지능 분야로는 필요한 연구비를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인공지능은 최근까지 시대적 화두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 정책에 따른 IT 융합기술, 가상현실(AR/VR), 3차원 프린팅, 빅데이터 등으로 연구 분야를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연구가 인공지능에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뜨거운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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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7월 초에 열린 국제 한국의류산업학회가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렸다. 필자는 기조 강연자로 초청받았는데, 뜻밖의 안내가 전달되었다. 자국어로 강연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수백 번의 국제회의나 학술행사에서 한국어로 발표를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이유는 간단하다.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통역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인공지능이랑 별 관계도 없어 보이는 의류 관련 학술대회에서다. 확실히 인공지능은 이제 연구의 영역이 아닌 우리의 생활영역으로 깊이 들어오고 있다. 한가지 재미난 일은 필자가 강연이 끝나고 청중들에게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질문’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플로어에서 큰 웃음이 일었다. 그 이유를 나중에 알았는데, 인공지능이 새로운 시스템을 ‘주문’해 달라고 라고 통역했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의 이런 실수는 귀여울 수도 있는 작은 것이지만, 자칫 잘못해 국가나 기업간 중요한 협상이나 거래에서의 이런 실수는 큰일이다. 인공지능은 자기가 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생각이나 감정도 없지만, 법적으로도 인격이 없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테슬라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의사결정을 잘못해서 사고를 내면 책임질 주체가 없다. 그래서 법은 인간이 자동차의 핸들에서 손을 못 떼게 한다. 또한 모든 ChatGPT에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필수 공지를 한다. 인공지능은 절대 의약품을 처방할 수 없고, 법정에서의 판결문을 작성할 수 없다. 결국 최종 의사결정은 인간이 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이미 우리 생활영역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통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인공지능을 마구 받아들였다가는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글이나 그림같이 뭔가를 만들어내는 인간 크리에이터들에게 인공지능은 그야말로 경쟁할 수 없는 대상이다. 과정의 경험과 감정이 없이 단 몇 초반에 수백만 장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정말 위협적이다. 그런데 유의미한 성공사례가 있다. 이세돌 9단을 이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는 더 이상 인간의 바둑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바둑 못 두는 인간이 바둑 잘 두는 인공지능을 그렇게 통제한 것이다. 이후 알파고는 인간의 바둑 능력 향상을 위한 훌륭한 선생님으로 자리매김했다. 인간보다 바둑을 더 잘 두는 인공지능의 역할은 그뿐이다. 각 전문영역에서 인격이 있는 인간이 우리보다 잘하는 인공지능을 통제해야 하는 방법들을 찾아 제시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그저 인간을 섬기고 도우며 더 나은 인간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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