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79) 룰루레몬이 대단한 이유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79) 룰루레몬이 대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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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 니트 의류에 집중된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매출이 80조 달러를 넘어선 룰루레몬이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여성 요가복에서 액티브웨어로 확장하더니 남성복, 급기야 캐주얼 영역까지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니트의류로 시작해 직물의류까지 손대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장사가 잘 되어 단순히 사업영역의 확장을 꾀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기에는 깊은 뜻이 숨어있다. 룰루레몬의 지배 영역은 어디까지나 니트이고 급성장 요인도 니트 의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나고 급속히 확대됨에 따라 자신들의 주무기인 니트 의류가 가진 한계성을 자각한 것이다. Sustainability와 니트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니트와 직물이 다른 점
니트는 신축성이 좋다, 부드럽다, 드레이프성이 있다, 함기율(공기 함유)이 높다, 기모가 쉽다, 인열강도가 높다, 조직이 다양하다, 제품화가 쉽다, 봉제가 쉽다, 인프라 투자가 용이하다, 3차원 성형이 가능하다. 그런 니트의 유일한 단점은 내구성이다. 반대로 딱딱하고, 신축성이 없고, 인열강도도 약하고 개발이 까다롭고 제품화도 어려운 우븐(직물)의 유일한 장점은 내구성이다. 

사실 니트 의류의 약진은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30-40년전만 해도 니트 의류는 안감이나 속옷, 내복, 실내복 등 겉으로 보이지 않는 보조의류에 국한되었다. 이유는 형태안정성이 떨어져 잠시만 입어도 쉽게 구겨지거나 무릎이 튀어나오고 앉았다 일어나면 엉덩이가 축 늘어나는 등 금방 볼품없이 추레해지기 때문이다. 즉 레질리언스(Resilience)가 형편없다. 또 다른 중대한 이유는 짧은 수명 때문이다.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니트 의류는 마찰 내구성이 약해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구멍이 나거나 보풀/필링이 생겨 가치를 완전히 상실한다. 직물처럼 짜깁기도 불가능하다. 그나마 겉으로 입는 티셔츠라도 늘어나거나 변색이 생기거나 해서 소재가 면이라면 한두해를 넘기기 힘들다. 단지 한 시즌만 입을 수 있는 옷을 외출복으로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의류 가격이 비쌌던 시절의 결정적인 이유이다. 니트의류의 약진은 다름 아닌 의류가격의 폭락이다. 저렴해진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매 시 의류의 수명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게 되었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인 수명을 소비자들이 신경 쓰지 않게 되자 니트 매출은 폭발하였다. 매출 신장을 위해 Outerwear나 바지용도로 사용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니트는 두꺼워지고 보다 튼튼해 졌으며 원래의 장점인 신축성은 더욱 더 강조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수명이 2-3년 정도 연장 될 뿐, 직물의류처럼 수십년 입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험들이 있겠지만 두꺼운 니트로 만든 Outerwear는 처음에는 세련되어 보이기는 하지만 1-2년만 지나면 형편없이 초라해 져 입을 수 없게 된다. 백만원이 넘는 톰 브라운 가디건은 사용하는 게 아니라 모시고 살아야 한다. 직물과 차별되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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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수명이라는 약점
그리고 이 한계는 Sustainability가 전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면서 니트업계에 치명적인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의류의 수명과 의류쓰레기의 양은 정확하게 반비례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니트 산업은 치명적인 난국을 만날지도 모른다. 결국 타개책은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물론 수명이 늘어난다는 뜻은 니트가 가진 원래의 강점인 신축성, 편안함, 저렴한 가격 등을 일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즉, 니트도 아니고 우븐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하이브리드 원단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개념 니트
최근 룰루레몬이 출시한 A-100 캐쥬얼 바지는 면 트윌이나 캔버스원단으로 만든 전형적인 직물 바지로 보인다. 그런데 소재 성분을 보면 더욱 알쏭달쏭하다. 

일레스토멀티에스터? 탄성이 있고 두가지 다른 종류의 폴리에스터인 PTT + PET로 조합된 섬유이기 때문이겠지만 이렇게 부르기 어렵고 멍청한 긴 이름은 본적이 없다. 이 표기는 듀폰이 만든 이형복합 stretch 폴리에스터인 T400을 유럽 ISO에서 붙인 일반명Generic name’ 이다. ‘Elasterell-P’ 라고 부르는 미국에서 만든 일반명도 난해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좀 짧아서 나아 보인다 . 미국에서는 맨 마지막에 p를 별도로 표기함으로써 그리고 유럽은 폴리에스터의 뒷부분인 ester를 역시 접미어로 넣음으로 이 성분이 폴리에스터 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아마 의무 사항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FTC와 유럽의 ISO는 협약으로 서로의 Generic name을 인정하므로 각자 마음에 드는 것을 사용하면 된다.  즉, 이 원단은 T/C Spandex 원단이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우븐이 아닌 니트라는 것이다. 옷을 뒤집어 보기 전에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캐주얼 바지의 대부분이 면 치노Chino인 현 시장에서 바지감으로는 매우 특수해 보이는 생소한 원단이지만 이렇게 복잡한 원단을 사용한 이유가 있다. 바로 수명이 짧은 니트 원단의 한계를 극복해 보려는 갈망이자 원대한 시도인 것이다. 굳이 테스트 해보지 않아도 이 원단은 일반 니트 원단보다는 훨씬 더 수명이 길어 보이기는 한다. 물론 우븐 만큼은 아니다. 그들은 니트 원단의 유일한 단점을 극복하려고 시도 하는 중이다. 아직은 터무니없이 비싸고 만들기 어려워 모방제품이 쉽게 보이지는 않지만 곧 비슷한 다양한 원단이 시장에 범람하게 될 것이다.

니트도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는 중이다. 한가지 걸리는 문제는 이것이 MM(Mono Material단일 소재)이 아니라는 것이다. 혼방원단의 미래는 재생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미래가 밝지 않다. 이 문제는 차후로 해결해야 할 중대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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