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털, 구스, 덕, 페더, 깃털, 솜털 등 일관성 있는 용어 정비돼야
이랜드월드 후아유가 구스다운, 덕다운 함량 오기로 인해 사과문까지 내걸었다.
이같은 파문은 충전재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온성을 높이는 충전재는 구스다운, 덕다운, 솜털, 페더 등에 함량을 표기하는 엄격한 품질기준을 정할 때 등장하는 단어다. 이런 용어가 보온성을 알리는 품질기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구매현장에서 용어에 대한 혼선을 겪을 때가 많다.
대부분 깃털과 솜털의 함량 표시를 의무화하는데 비해, 이번 경우는 덕다운과 구스다운의 함량표기 오류에서 시작됐다.
구스다운, 덕다운은 거위털, 오리털이다. 털은 솜털과 깃털로 나뉘는데 솜털은 오리나 거위의 목 부분에서 자라는 솜털이다. 부드럽고 가볍고 따뜻하다. 반면 훼더는 깃털이다. 조류의 몸 표면을 덥고 있는 일반적인 털이다. 솜털보다 거칠다. 구스다운패딩이나 덕다운패딩은 솜털과 깃털의 함량을 표기한다.
이랜드그룹 ‘후아유’가 패딩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 기재한 상품을 판매해 대표이사가 재발방지를 위한 사과문까지 게재한 것은 이례적이다. 겨울 핫 아이템인 패딩은 구스다운 패딩이 가장 비싸다.
충전재는 보온성을 위한 솜으로 합섬 솜과 구스다운, 덕다운 등으로 구성된다. 충전재 중에서 가장 비싼 구스는 산지별 가격도 다르다. 지난 2023년 말 구스가격은 크게 올랐다. 여기에 환율까지 급등하며 비용절감은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납품업체의 비용 절감 ‘꼼수’를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브랜드와 플랫폼의 관리 소홀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오리털 구스털은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어 브랜드 신뢰도 평판에 의존한다.
구스이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온라인을 통한 무분별한 구스이불 판매업자로 인해 소비자들은 구스이불에 대한 정확한 구분이 쉽기 않다.
모 업체의 경우 ‘구스 100%’를 강조하고 저렴하게 판매한다. 제품을 세밀하게 확인해 보면, 구스함량은 페더80% 솜털 20% 구성 이불이며 솜털100%라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꼼꼼한 확인이 필수지만 온라인에서의 함량을 찾아보기는 더욱 어렵다.
이랜드월드가 자사 브랜드 후아유의 구스다운 점퍼(상품번호: WHJDE4V37U) 거위털 함량이 한국소비자원의 기준치(거위 솜털 75%)에 미달했다고 밝힌 건 지난 12월 무신사 패딩 사태 이후다. 후아유는 그동안 미얀마에서 생산된 이 제품을 판매하며, 충전재의 거위 솜털 비중을 80%로 표기했다. 이랜드는 문제가 불거지자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100% 환불 등을 약속했다.
조동주 이랜드월드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해외 현지 파트너사의 품질 보증만을 신뢰하고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고 회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후아유 제품의 이같은 오기표기는 이랜드 측이 옷을 구매해 코티티시험연구원에 함량 의뢰 확인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원인이 원자재 가격 급등과 허술한 품질 관리에 있다고 하지만 용어에 대한 규정도 다시한 번 점검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공급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산 구스다운 가격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올랐다”면서 “드러나지 않을 뿐 품질에 문제가 있는 다운을 공급받는 제조업체들은 항시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