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지만 패스트패션은 사고 싶어” 딜레마 빠진 친환경 의류시장
“기후위기지만 패스트패션은 사고 싶어” 딜레마 빠진 친환경 의류시장
  • 민은주 기자 /
  • 승인 2025.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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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주춤…혁신소재·규제강화가 성장 동력
AI 기술, 기후추적·생산최적화로 지속가능성 강화

지속가능패션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2024년 친환경 섬유패션업계는 투자 감소와 판매 저조로 재정적 위기를 맞았고 패션브랜드 과반 이상은 제시했던 탈탄소화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동시에 섬유 대 섬유 재활용 등 혁신적인 신소재 기술이 개발됐고, AI 기술이 지속가능패션산업의 새로운 무기로 떠올랐으며, 선진국들은 강력한 법적규제로 섬유패션기업들의 ESG 경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격랑에 휩싸인 친환경 섬유패션산업, 2025년 주목할 만한 이슈와 방향성, 새로운 성장 동력을 살펴보자.

경기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패션업계 지속가능성 공약은 대체로 달성되지 못했다. 사진=iStock
경기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패션업계 지속가능성 공약은 대체로 달성되지 못했다. 사진=iStock

경기침체에 주춤하는 친환경 섬유패션시장
2024년 패션브랜드들은 대체로 지속가능목표를 축소하는 방향성을 보였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윤리의식과 실제 구매행위 사이의 간극이 더욱 벌어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4년 패스트패션 산업은 연평균복합성장률 15.5%로 1420억 6000만 달러(약 205조 9160억 원) 규모까지 커졌다.

반대로 지속가능목표는 기업들의 우선순위에서 점점 더 뒤로 밀리는 추세다. 패션업계 공급망 탈탄소화에는 1조 달러(약 1437조 90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비즈니스오브패션과 매킨지가 지난 12월 발표한 ‘2025 패션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브랜드 63%는 지속가능성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축소하거나 삭제했다. 

섬유 재활용산업 및 중고의류 시장, 혁신소재 스타트업은 지난해 상당한 재정적 타격을 받았다. 스웨덴 신소재 개발기업 리뉴셀은 지난 2월 매출부진과 자금부족으로 파산한 후 서큘로스로 사명을 바꾸고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볼트 스레드는 스텔라 맥카트니와 아디다스 등이 지원했던 버섯 균사체 대체가죽 마일로의 생산과 운영을 중단했고, 음식물 쓰레기로 대체가죽을 만드는 톰텍스 등 여러 지속가능한 소재업체는 충분한 자금과 주문량을 확보하기 위해 패션 이외의 분야로의 확장을 모색 중이다.

유럽재활용산업연합은 지난 10월 보고서를 통해 “유럽의 섬유재활용산업이 중고섬유의 과잉 공급과 기존 수출 시장의 수요 급락으로 섬유폐기물 재고 소각 위험과 광범위한 파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석유 기반 신규생산 소재에 대한 세금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섬유 대 섬유 리사이클이 재활용섬유시장의 핵심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패션포굿
섬유 대 섬유 리사이클이 재활용섬유시장의 핵심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패션포굿

글로벌 규제강화 앞두고 신소재 개발 경쟁 뜨거워

최근의 침체국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친환경 의류시장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EU공급망실사지침, EU에코디자인 규정, 디지털 제품 여권, 미 캘리포니아의 책임 있는 섬유 회수법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규제 강화가 여전히 패션산업의 탈탄소화를 강력하게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퀘스트에 따르면 세계 친환경섬유시장이 매년 7.6%의 성장률로 2030년 895억 1000만 달러(약 128조 5543억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코히런트 마켓 인사이트는 세계 지속가능패션 시장이 연평균복합성장률 22.9%로 2030년까지 330억 5천만 달러(약 44조 7497억 원)로 성장하고, 인더스트리ARC는 글로벌 재활용섬유시장 규모가 7.7% 연평균 복합 성장률로 성장해 2027년에는 121억 달러(약 17조 5390억 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폴리에스터, 나일론,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등 다양한 섬유 대 섬유 재활용은 현재 지속가능패션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혁신기술 중 하나다. 패션포굿의 ‘순환성을 위한 분류’ 보고서에 따르면 섬유 대 섬유 재활용은 미국에서만 15억 달러(약 2조 1743억 원) 규모의 기회를 가지며, 글로벌 패션 대기업들은 다양한 이니셔티브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섬유 재활용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룰루레몬과 협업한 호주 스타트업 삼사라에코는 지난 12월 나일론6를 무한히 재활용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섬유 대 섬유 재활용 스타트업 카비오스 역시 푸마, 온, 파타고니아, 살로몬 등과 협업해 지난 10월 최초의 바이오리사이클 폴리에스터 티셔츠를 공개하며 대규모 나일론 재활용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알렸다.

H&M 그룹은 지난 3월 바르가스 홀딩스의 공동투자한 폴리에스터 재활용 스타트업 사이레와 7년 간 6억 달러 상당의 계약을 체결해 재활용 폴리에스터의 장기적 수요를 충당했다. 인디텍스는 재활용 폴리에스터 앰버사이클과 파트너십을 맺어 3년간 생산량의 70%를 구매하고 2025년 생산 예정인 공장 건설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고의류의 인기를 반증하는 백화점 내 빈티지 팝업 매장. 사진=민은주 기자
중고의류의 인기를 반증하는 백화점 내 빈티지 팝업 매장. 사진=민은주 기자

국내패션 미래사업, 폐의류리사이클·바이오매스·생분해섬유 

이처럼 섬유 대 섬유 재활용 기술이 빠르게 발전 중이지만, 국내 브랜드들은 여전히 폐PET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를 대표적인 친환경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폐플라스틱 리사이클 섬유는 열린고리 재활용으로 일종의 그린워싱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며 장기적인 순환경제 전략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폐어망 리사이클 나일론, 폐페트병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산업부산물을 재활용한 스판덱스 등을 출시했던 효성티앤씨는 지난 6월 앰버사이클과 MOU를 맺고 폐의류·폐원단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를 통한 시장 확대에 나섰다. 국내PET병 재활용에 집중했던 블랙야크 역시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폐의류를 화학적 분해해서 원사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2030년까지 현재 2~3% 수준인 산업용·친환경 섬유산업 세계시장 점유율을 10%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2025년부터 폐의류를 재활용한 리사이클 섬유, 버섯 등 식물기반의 대체가죽 등 바이오매스 섬유, 자연환경에서 90% 이상 분해되는 생분해 섬유 제조기술 개발 지원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대체가죽에 집중해 2028년까지 관련 R&D 지원금 총 486억 원을 투자한다. 글로벌 대체가죽시장은 현재 600억 달러(약 79조 7400억 원) 규모로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차별화가 어렵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다.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간 패션 스타트업과 친환경 디자이너 중심으로 제품개발이 이뤄졌으며, 버섯균사체를 활용하는 마이셀, 헤리팜스 등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폐의류 폴리에스터, 버섯 등 식물성 대체가죽, 생분해성 섬유 등 차세대 소재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서큘러스, 톰텍스, 에코바이트, 사이레(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폐의류 폴리에스터, 버섯 등 식물성 대체가죽, 생분해성 섬유 등 차세대 소재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서큘러스, 톰텍스, 에코바이트, 사이레(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AI, 지속가능패션의 게임체인저로 떠올라

지속가능패션의 발전을 견인하는 새로운 동력은 AI기술이다. 가장 유망한 응용 분야 중 하나는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구글 클라우드와 협업한 머신러닝모델을 통해 물 사용과 탄소 배출을 줄였고, LVMH, 케링그룹 등 럭셔리 대기업들은 AI 기반 솔루션을 활용해 자사의 지속가능목표와 탄소절감현황 등을 추적하고 있다. 

또한 AI는 재생농업부터 섬유 및 의류 생산까지 시간·재료·자원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인다. 글로벌 오가닉 텍스타일 스탠다드는 유럽 우주국(ESA), AI 전문기업 마플과 협업해 위성으로 인도의 유기농 면화 작물을 감독하고 있다. 스마텍스, 오시마, 렉트라 같은 회사는 AI를 스마트 생산기계에 통합해 원단의 불량을 식별하고 재료 낭비를 감소시키며, 텍스타일 제네시스는 섬유에서 의류까지 300개가 넘는 제작 전 과정을 관리하고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한다.

트렌드데일리틱스와 휴리텍 같은 플랫폼은 AI를 사용하여 소셜 미디어와 구글 등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패션 트렌드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시장 수요를 조절한다. 자라, H&M 등 다양한 글로벌 패션브랜드들 또한 생산량과 재고를 조절하고 지속가능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

AI는 친환경 재활용 차세대 소재 개발을 가속화한다. AI 기반 단백질 설계를 사용하는 솔레나,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결합할 섬유를 지능적으로 선택하는 나눌룸 등 AI 기반 기업들은 수천 가지의 재료와 조건의 조합을 빠르게 분석하고, 생물 제조, 고급 단백질 공학, 분자 생물학을 융합해 차세대 대안섬유 개발을 앞당기고 있다.

공급망관리, 기후추적, 생산최적화 등 AI기술이 지속가능패션의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사진=iStock
공급망관리, 기후추적, 생산최적화 등 AI기술이 지속가능패션의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사진=iStock

패션 미래 이끄는 AI, 환경영향에서는 양날의 검 

베인 앤 컴퍼니의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AI 활용 규모는 2027년 44억 달러(약 6조 3778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콘텐츠 생성, 3D 디자인, 초개인화 맞춤 솔루션 등 AI는 패션업계 전반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며 지속가능성을 촉진시키며 각광받고 있다. 

동시에 AI는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탄소발자국을 배출하며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섬유패션업계에서도 AI 기술의 환경적 영향과 윤리적, 법적 위험에 주의하며 패션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재편하는 도구로써 정교하게 활용해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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