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스몰 브랜드 전성시대…‘개인만의 취향·MZ 팬덤’으로 새 지평 연다
[신년특집]스몰 브랜드 전성시대…‘개인만의 취향·MZ 팬덤’으로 새 지평 연다
  • 김하윤 기자 /
  • 승인 2024.12.2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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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한 SNS 환경이 이끈 스몰 브랜드의 성장
글로니·아비에무아·폴리테루·파르벵·더바넷 등

최근 패션 업계가 불황을 겪는 가운데에서도 개성과 취향이 확실한 ‘스몰 브랜드’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니(Glowny)’, ‘더바넷(The Barnnet)’, ‘폴리테루(Polyteru)’, ‘아비에무아(Aviemuah)’, ‘파르벵(Farven)’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특정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저마다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MZ세대의 시선을 붙잡는다. SNS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발달한 환경도 작은 브랜드들의 가파른 성장세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개인 취향 중심 소비 전환, 커뮤니티 구축 전략은
업계는 “유행 중심에서 개인 취향 중심으로 소비가 전환되면서 오히려 소규모 브랜드들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반응이다. 특히 발달된 SNS 환경으로 브랜드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젊은 층은 브랜드를 ‘단순히 사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여긴다. 작은 브랜드일수록 소비자 개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쉽고 이를 제품 기획이나 이벤트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스몰 브랜드는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 SNS 해시태그 챌린지 등을 적극 활용한다. 이를 통해 팬덤을 강화하고 팬들은 ‘브랜드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상호관계는 스몰 브랜드에 있어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된다.

글로니는 시즌에 구애받지 않는 베이직 아이템에 로맨틱한 빈티지 감성을 더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글로니
글로니는 시즌에 구애받지 않는 베이직 아이템에 로맨틱한 빈티지 감성을 더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글로니

최제인 대표, 최지호 디렉터 두 자매가 지난 2020년 런칭한 ‘글로니’는 시즌에 구애받지 않는 베이직 아이템에 로맨틱한 빈티지 감성을 더해 눈길을 끌었다.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팬층이 확대됐는데, 런칭 초창기부터 공개해온 ‘팀 글로니’ 콘텐츠가 대표 사례다.

직원들이 직접 제품을 입어보며 소비자와 소통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친근하게 각인시켰고 이후 두 대표가 전면적으로 SNS에 등장하며 브랜드 소식을 공유하는 등 유쾌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

두 대표가 전면적으로 SNS에 등장하며 브랜드 소식을 공유하는 등 유쾌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 사진=글로니 인스타그램
두 대표가 전면적으로 SNS에 등장하며 브랜드 소식을 공유하는 등 유쾌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 사진=글로니 인스타그램

또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글로니는 영화나 예술 작품처럼 깊은 인상을 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촬영 장소나 컨셉 화보에 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이야기가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포지셔닝했으며 이는 끈끈한 팬덤 형성 요인이 됐다.

가수 강민경이 직접 런칭한 브랜드 아비에무아. 사진=아비에무아
가수 강민경이 직접 런칭한 브랜드 아비에무아. 사진=아비에무아

브랜드 대표가 곧 브랜드 뮤즈
SNS가 소통의 주요 채널이 되면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또한 패션 시장 전반에 걸쳐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곧 브랜드의 이미지로 연결되면서 소비자들은 제품과 더불어 가치관까지 함께 소비하고 있다.

강민경의 일상 브이로그 속 제품들은 높은 효율의 광고 효과를 자랑했다. 사진=강민경 인스타그램
강민경의 일상 브이로그 속 제품들은 높은 효율의 광고 효과를 자랑했다. 사진=강민경 인스타그램

대표적인 예가 ‘아비에무아’와 ‘파르벵’이다. 이들 브랜드는 처음부터 인플루언서로서 막강한 팔로워를 보유한 대표자가 브랜드의 얼굴이자 모델로 나섰다. 그 결과 브랜드는 대표의 라이프스타일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취향’을 패키지로 소비하게 됐다.

아비에무아는 가수 강민경이 직접 런칭한 브랜드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화제를 모았다. 강민경 대표의 생활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 스토리로 이어지면서 팬덤을 기반으로 한 완판 행진이 잇따른다.

유튜브 구독자 136만 명을 이루는 강민경의 일상 브이로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아비에무아의 제품들은 많은 비용 지출 없이도 높은 효율의 광고 효과를 자랑했다.

이는 인플루언서와 브랜드가 결합했을 때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팬덤이 형성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인플루언서 피버가 지난 2월 런칭한 브랜드 파르벵. 사진=파르벵
인플루언서 피버가 지난 2월 런칭한 브랜드 파르벵. 사진=파르벵

파르벵은 인플루언서 ‘피버(@feve__r)’가 지난 2월 런칭한 브랜드로 이미 65만 팔로워가 형성된 피버의 개인 계정을 기반으로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프렌치시크를 기반으로 페미닌한 감성을 뽑아낸 디자인이 특징이며 실제로 팝업 스토어가 열릴 때마다 2시간 넘는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특히 피버는 브랜드 제품을 직접 착용한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피버’ 특유의 감각과 일상을 적극 공유해 이에 공감하는 소비자를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었다. DM과 댓글을 통해 직접 의견을 듣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기도 한다. 이런 소통 방식은 단순한 구독자를 충성도 높은 ‘찐팬’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피버는 특유의 감각과 일상을 본인의 SNS에 적극 공유한다. 사진=피버 인스타그램
피버는 특유의 감각과 일상을 본인의 SNS에 적극 공유한다. 사진=피버 인스타그램

이 밖에도 클래식한 아이템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더바넷은 지난 2021년 런칭 초기 인플루언서 피버가 브랜드 모델로 나서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피버는 일상 브이로그나 SNS 게시물을 통해 브랜드 제품 착용 사진을 업로드하며 더바넷의 인지도를 단숨에 몇 배씩 끌어올렸다. 

특히 모델 컷 위주의 착용 사진만 볼 수 있는 공식 온라인 스토어와는 달리 일상생활 속 밀접한 디테일 컷까지 살펴볼 수 있는 SNS 특유의 생동감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했다.

희소성을 자극하는 드롭 마케팅
스몰 브랜드는 ‘드롭(drop) 마케팅’을 채택해 희소성을 높이기도 한다. SNS를 통해 오픈 일정과 수량을 미리 공지한 뒤 준비된 물량이 소진되면 추가 생산 없이 종료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마케팅은 ‘지금이 아니면 못 산다’는 마음을 자극해 실시간으로 화제를 모으고 결국 빠른 속도로 완판되기 쉽다. 또 음악·영상·화보 등 시각적 콘텐츠를 적극 제작해 SNS 특유의 빠른 확산력을 발판 삼아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또한 드롭 방식은 럭셔리 브랜드가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소비자에게 유니크함을 부여한다. 브랜드는 이런 전략을 통해 단시간 내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모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 수 있다.

클래식한 아이템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브랜드 더바넷. 사진=더바넷
클래식한 아이템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브랜드 더바넷. 사진=더바넷

지난 2018년 런칭한 ‘폴리테루’는 비교적 빠른 시기에 시장에 진입해 미니멀하면서도 유니크한 무드와 높은 품질을 동시에 잡았다. SNS 스토어 계정을 통해 직원들이 직접 브랜드 제품을 입고 저마다의 핏을 보여주는 모습 또한 인기다.

이러한 무기를 바탕으로 강력한 팬덤을 사로잡은 폴리테루는 신제품을 드롭 방식으로 내놓을 때마다 순식간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운다. 한정 수량 아이템은 웃돈이 붙어 거래될 정도로 수요가 많고 오프라인 팝업 이벤트 시에는 개장 전부터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한편 브랜드의 감도를 높이기 위해 아티스트나 다른 브랜드와 협업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래픽 디자인을 선보이는 스튜디오 ‘1011 갤러리’와 폴리테루가 협업한 24SS 협업 컬렉션 드랍은 오픈 직후 역시 품절 대란을 보이며 단숨에 화제성을 끌어올렸다. 

개성 시대가 불러온 스몰 브랜드 열풍
글로니·폴리테루·파르벵 등 스몰 브랜드들의 약진은 소비자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한 가지 유행이나 거대 브랜드가 시장을 지배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개성 넘치는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이제 유행을 강요하기보다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면서도 독창적인 콘셉트와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과거에는 대형 브랜드가 트렌드를 선도하고 대중이 이를 수용하는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소비자 스스로가 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스타일을 골라 입는 방식이다. 이런 흐름에서 소규모 브랜드들은 오히려 다양성으로 승부하며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18년 런칭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폴리테루. 사진=폴리테루
지난 2018년 런칭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폴리테루. 사진=폴리테루

또한 인플루언서 기반 브랜드의 성공은 ‘개인 한 명의 취향과 이야기가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는 패션 산업에서 창의적 시도가 늘어나고 대형 브랜드와의 경쟁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회가 커진 만큼 리스크도 존재한다. 하룻밤 사이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가 쉽게 식는 소비 트렌드에 편승해 사라질 수 있기 때문.

SNS를 통해 직원들이 제품을 입고 저마다의 핏을 보여주는 모습 또한 인기다. 사진=폴리테루 인스타그램
SNS를 통해 직원들이 제품을 입고 저마다의 핏을 보여주는 모습 또한 인기다. 사진=폴리테루 인스타그램

이에 스몰 브랜드들은 브랜드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기민하게 시장 상황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미 이들은 팬덤 구축·드롭 마케팅·감도 높은 비주얼 캠페인 등 새롭고 과감한 시도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나만의 세계관’을 완성해줄 브랜드를 찾고 있는 Z세대
특히 Z세대는 기성 브랜드가 주는 신뢰감이나 럭셔리함 대신 나만의 세계관을 완성해주는 브랜드를 찾는다. SNS나 유튜브에서 제품을 단순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대표자의 일상·가치관·제작 과정 등을 공유하는 모습이 관건.

이는 소비자에게 하나의 ‘놀이판’으로 여겨져 짧은 시간 안에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포화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스몰 브랜드가 쏟아지면서 차별화와 브랜딩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소비자는 수많은 브랜드를 SNS를 통해 빠르게 관찰하고 있어 디자인 완성도·지속가능성·스토리텔링 등 다각도의 요소에서 명확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곧바로 도태될 위험도 높다.

때문에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스토리텔링뿐만 아니라 친환경 소재 사용이나 윤리적 생산 과정 공개처럼 가치소비 트렌드에 맞춘 노력을 기울이는 브랜드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듯 스몰 브랜드들은 내 취향을 완벽히 구현해줄 브랜드를 원하는 소비자 심리를 꿰뚫으며 새로운 시장 판도를 구축하고 있다. 팬과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는 윈윈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개성 넘치는 아이덴티티만 확고하다면 대형 브랜드 못지않은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거대 브랜드가 주도하던 시장에서 개성과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스몰 브랜드들이 점점 더 주목받게 될 시대다. 한 사람의 취향도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시대 속에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더욱 다채로운 취향이 존중받고 작지만 강력한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탄생하는 환경은 곧 창의적인 브랜드와 혁신적인 제품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가능케 한다. 팬덤이 브랜드를 키우고, 브랜드가 팬덤을 만족시키는 선순환이 이어질 것인지 이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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