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섬유·패션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중 하나가 「베끼기」관행이
다.
섬유산업의 근간인 60·70년대의 OEM 방식의 수출잔재가
남아서인지 섬유대국으로 돌아선 지금도 「베끼기」풍토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의류 수출업체들의 내수시장 참여가 봇물을 이루었던
80년대 말경 의류 디자이너 부족때문에 남의 것 베끼기는 그
런데로 이해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베끼기가 아직도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카피라는 단어가 의류시장에 만연돼 있음은 새삼스러
운 일은 아니다. 더 나아가 카피를 통해 성공 한 기업도 있
다.
그러나 한 제품의 히트는 우리 풍토가 용납않는다. 히트되기
가 바쁘게 곧 타 회사의 신제품으로 둔갑돼 「너 죽고 나 살
자」가 아닌 「같이 죽자」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
외국 패션쇼에 가면 국내 업체 관계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
다. 시장조사라는 명목으로 똑같은 제품을 접하고 국내에 돌
아와서 저마다 각각의 브랜드를 붙여 신제품을 선보인다.
실례로 캐주얼 브랜드 디자이너가 해외출장시 유명한 이태리
디자이너 쟈켓을 구입, 프린트까지 똑같이 제작해 국내에서
히트했다는 것이나 언더웨어 업체 사장이 일본에서 구한 팬
티 샘플을 카피화하자 동종업체들이 브랜드 위치까지 똑같이
제품화 시켰다는 실화는 쓸쓸한 웃음을 짓게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아니할말로 발명의 기
원도 베끼기 부터 시작된다.
시간이 흐르고 시행착오를 거쳐 창조와 작가의 정신이 깃들
인 작품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창작된 작품의 카피화는 작가의 혼이 빠진 겉핥기 제
품으로 둔갑하기 마련이다.
카피의 잘못을 업체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기업은 이윤창출
이 목적이기 때문에 돈되는 일은 마다않는 집단이다.
그래서 제기되는 것은 유행을 쫓아 복사 제품을 구매하는 소
비자들의 소비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피를 영원히 추방할 수 없다. 하지만 카피를 하더라도 창
작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새로운 정신을 불어놓은 작품이 선
행되어야 한다. 바로 차별화된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디자이너의 캐릭터가 존재한 상품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풍
토는 반드시 조성되어야 한다. 이것은 섬유·패션업계의 존
재 의미와 맥을 같이한다.
<김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