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 ‘디자이너 능력 배가’해야
해외브랜드가 대거 유입되며 백화점 유통을 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는 가운데 차별화 디자인 개발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앞장서야 하는 선두 기업들이 명품 오리지널 카피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최근 모 기업의 디자인실장들 유럽 출장과 카피를 위한 오리지널 상품 구입이 또 한번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디자이너의 과도한 명품 선호가 사치 열풍으로 까지 확산, 사채업자 등장, 해외도주 등으로 공중파 매스컴을 타며 사회문제로 까지 부각된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디자이너들의 사치가 공론화됐으나 디자이너 개개인의 사치풍조로만 해석돼서는 안 된다는 또 다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이 디자이너들의 창의성 보다는 타 매장의 히트 상품 카피를 독려하는 환경 속에서 디자이너들의 명품 소유욕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디자이너들이 오리지널을 걸치고 오리지널을 카피해야하는 문화적 분위기에서 카드 빚에 허덕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성복대기업 A사의 디자이너는 처음 실장을 맡아 오른 유럽 출장서 샘플 구입 등을 위한 법인카드를 한도인 5천만원을 꽉 채워 사용했다한다.
디자인 실장이 워낙 명품 매니아 인데다 법인카드를 처음 사용하다보니 타 브랜드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한도 5천만원을 다 긁고 들어오자 그 사업부는 소문이 새어나갈까 전전긍긍, 철저하게 입단속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그 기업의 출범 이래 해외출장 한도액 다 쓴 디자인실장이 처음이었고 최근의 장기 불황과 위기감 속에서 과감히 법인카드 긁은 것은 타 사업부의 눈총을 사기에 충분하기 때문.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사실을 두고 “그 브랜드는 국내외 상품 안 가리고 카피하기로 알려져 있는데 신참 실장도 그 관례를 따르기 위해 샘플을 열심히 산 것 같다.”고 비꼬아 말한다.
여성캐주얼 브랜드의 디자인실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한 관계자는 “최고의 패션기업이라고 하는 곳에 갈수록 디자이너들의 명품선호도는 높다. 고감도와 트렌드를 선도해야하는 입장서 더욱 그러한데 고연봉자들도 거의 명품소비에 돈을 다 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즉 명품 오리지널 카피를 장려하는 기업의 문화와 옆 매장 히트 스타일 카피해야하는 상황에서 디자이너들의 명품 소유욕은 더 자극받는다는 해석이다.
관련업계는 카피에 의존하는 기업 문화, 패션유통환경부터 자성해야 글로벌 환경서 한국 상품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