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열 칼럼] 섬유사업장, 春鬪에 휩쓸리나
[전상열 칼럼] 섬유사업장, 春鬪에 휩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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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협상 시즌이다. 지난해 경영실적을 놓고 각 기업체마다 노사 양측이 임금협상 힘겨루기로 이어진다. 경영실적이 좋으면 임금협상은 큰 문제가 안되지만 그 반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존차원의 극한투쟁도 불사하는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춘투현장의 모습이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에 비해 영 딴판이다. 산업현장마다 임금협상은 큰 무리없이 속전속결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노사양측이 ‘회사가 사는게 먼저’라는 성숙된 공생의식의 표출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뒤따른다.


올 들어 산업현장 전반에 걸쳐 임금인상률이 전년보다 하향 안정세를 나타냈다. 또 노조가 있는 기업이 무노조 기업보다 임금을 동결하거나 하향 조정하는 비율은 더 높았다. 노동부는 올 3월말 현재 임금교섭을 완료한 사업장 가운데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기업은 전체 11.4%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임금인상률은 5.3%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0.8%P 낮은 4.5%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비율 역시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19.0%에 이르러 노조가 없는 사업장 8.1%보다 두배이상 높았다. 반면 임금인상률은 무노조 사업장이 6.2%로 나타나 노조가 있는 사업장 3.1%에 비해 딱 두배를 기록했다.

올 임금인상률 하향세


올해 임금협상 구조가 변했다. 중공업?자동차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얼룩졌던 춘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높은 임금동결 삭감비율을 나타낸 것은 이의 전조다. 노동부는 “경영사정이 좋지 않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경영난 극복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 시점에서 섬유업계 임금인상의 바로미터가 되는 면방업계 임금협상이 지난주부터 시작됐다. 사측은 5% 삭감을, 노측은 10% 인상을 카드로 던졌다. 면방업계 임금현상은 매년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아 수차례 협상을 이끄는 진통 속에 그 결과가 나온다.
노측은 섬유업종의 임금 수준이 국내 제조업 평균 약 60% 선인 것을 들어 매년 두 자릿수 인상률을 외치고 사측은 경기침체를 들어 동결카드로 맞서는게 그동안의 통례였다. 그러나 올해 임금인상률을 놓고 보면 노사 양측의 시각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예년에 비해 양측의 시각은 천양지차로 벌어진 것이다. 면방노사 양측의 경영여건에 대한 이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은 섬유산업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운 셈이다. 자칫하면 그동안 평화사업장으로 불리었던 섬유사업장에 춘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면방 임금협상 먹구름


이 와중에 국내 제조업 임금이 과도하게 높으며 상승률 역시 가파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제조업 임금의 평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5년 현재 근로자 임금 시간당 13.6 달러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로 나눈 소득대비 임금수준은 대만?홍콩 등 경쟁국은 물론 선진국 캐나다?영국?미국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2005년 기준 미국 소득 대비 임금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은 158.4를 기록 미국보다 임금수준이 50% 이상 높았고 전체조사 대상 31개국 중 5번째를 기록 할 정도다. 그만큼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섬유산업 시간당 임금은 2004년 기준 7.18 달러였다. 선진국 일본 28달러, 이탈리아 19.5달러, 미국 16달러와 비교하면 거의 2분의 1에서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국내 섬유산업은 중국 0.9달러, 인도네시아 0.75달러, 베트남 0.42달러, 인도 0.8달러 등 10분의1에서 20분의1 수준에 그치는 후진국 섬유산업에 눌려 매년 마이너스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산업은 내리막길을 걷지만 임금은 올려줘야 한다는 당위성이다.

타 제조업에 비해 섬유산업 임금이 60%선인 것을 감안하면 노측의 주장은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측 역시 올려주고 싶지만 현실은 그림의 떡이다. 매출 감소와 함께 영업이익 내기조차 각박한 현실이 원망스럽기만하다. 한미 FTA 섬유협상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전에 임금협상 불씨가 섬유사업장을 뜨겁게 달구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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