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대표 박성수)가 무성했던 ‘자금 위기설’과 ‘비정규직 문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랜드는 지난 14일 삼성테스코(대표 이승한, 마이클이든) 홈플러스와 계약을 맺고 홈에버를 부채를 포함해 2조30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랜드는 지난 2006년 4월, 까르푸로부터 전국의 35개 매장을 자산 가치 1조9000억 원에 인수, 홈에버로 사명을 바꾸고 영업을 해왔다. 이랜드는 이번 매각으로 2년 만에 4000억 원의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물론 리모델링과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인한 영업차질 등으로 홈에버는 지난해 총 매출 2조600억 원에, 영업 손실 648억 원, 순손실 1939억 원을 기록했다. 이자비용만 1015억 원과 전 점포 리뉴얼에 약 2000억 원을 썼다.
이랜드의 한 관계자는 “최근 무리한 인수 합병으로 유동 자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억측이 무성했다”며 “이번 홈에버 매각으로 그동안의 소문을 잠재울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2008년 리파이낸싱을 통해 홈에버의 경영 정상화를 적극 추진해 왔고 지난 5월1일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퍼미라’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4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MOU를 체결한 바 있지만 이번 매각으로 무산됐다.
이랜드는 이번 매각을 통해 4500억 원의 투자재원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그 동안 재기돼 왔던 유동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국내 패션과 아울렛 분야의 성장과 최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중국 사업에 더욱 매진한다. 또한 그룹 내에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건설, 레저 부문의 투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비정규직 문제’ 뜨거운 감자
현명한 해결방안 제시해야
홈에버 매각으로 세간의 관심은 아직도 미해결상태인 비정규직 문제를 새 주인인 홈플러스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비정규직을 포함한 직원 5500여 명 모두를 승계하기로 해 노조와의 큰 충돌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과거 까르푸가 이랜드에 인수될 때 고용승계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등의 노사문제가 생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속단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랜드그룹은 이번 홈에버 매각으로 ‘자금 위기설’에서는 벗어난 것처럼 그 동안 사회적 이슈가 됐던 ‘비정규직 문제’도 현명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했다.
업계 2위 부상… 이마트를 바짝 추격
롯데마트 등 3위권과 격차 크게 벌어질듯
한편 홈플러스와 홈에버가 합쳐지면서 국내 대형마트 업계는 신세계 이마트와,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될 전망이다.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는 점포 102개(기존 홈플러스 66개+홈에버 36개)를 확보해 업계 1위 신세계 이마트(114개)를 바짝 추격하게 됐으며 57개점을 운영 중인 3위 롯데마트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됐다.(점포수는 5월 현재 오픈 예정점 포함)
이와 관련 패션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그 동안 테넌트 샵을 통해 패션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이었는데 이번 홈에버 인수로 이랜드 브랜드 추가 구성 등으로 MD력이 더욱 배가 될 것”이라면서 “파워플해진 홈플러스가 백화점처럼 수수료 인상이나 경쟁업체 미 입점 권고, 비효율 매장 정리 등 수시 매장 이동과 매출 찍기 등 유통가의 나쁜 관행이 생겨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