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지속가능 패션 관심 고조…블루오션 시장 창출
10배 이상 비싼 고품질 의류에 선뜻 지갑 열어
당신이라면 싼 값에 한 시즌 입고 버릴 옷을 살 것인가, 아니면 트레이닝 한 벌이라도 30년을 입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옷을 입을 것인가. 영국에서는 최근 세계 패션 시장을 휩쓸고 있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대신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슬로우 패션(Slow Fashion)이 새로운 블루 오션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영국 정부로부터 6000파운드를 대출받아 2014년 창업한 25세 청년 톰 크리드랜드(Tom Cridland)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딴 브랜드를 런칭했다. 그는 킥스타터 및 인디고고 같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작년 6월 ‘30년간 입을 수 있는 트레이닝복 상의’를 발표하면서 수 개월만에 5000장 이상을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한 장당 가격은 65파운드.이 옷은 영국의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프라이마크(Primark)에서 단 5파운드면 비슷한 제품을 살 수 있는데 많은 소비자들이 이보다 10배 이상 비싼 톰 크리드랜드 옷을 선택한 것이다. 이 브랜드의 올해 매출은 약 100만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가격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슬로우 패션과 패스트 패션의 차이는 뭘까. 톰 크리드랜드는 이탈리아산 고급 직물로 포르투갈에 있는 봉제 장인들이 만들었다. 중국이나 동남아의 저렴한 인건비로 생산한 값싼 제품에 맞서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품질 의류를 지향한 것이다. 영국에서 슬로우 패션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빈티지 제품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강한 영국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슬로우 패션 브랜드 제이디(Zady)의 공동창업자 맥신느 베닷(Maxine Bedat)은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영국인들은 최근 수년간 싸게 사서 빨리 버리는 미국식 소비행태를 강요 받았다”며 “세계에서 골동품 시장이 가장 발달된 진짜 영국인들의 빈티지에 대한 충성심은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한다. 의류 등 제품은 더 이상 쓰고 버리는 단순 소모품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해 주고 자신과 함께 하는 존재로 여길 수 있는 정서적 경험이 소비자들 마음을 움직인다는 얘기다.이같은 흐름은 2016 S/S 런던 패션위크에서도 확인됐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여기서 데뷔한 400여개의 신흥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들 중 100개 이상이 슬로우 패션을 표방하고 나섰다. H&M, 어반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같은 대기업들도 메인 라인 외에 프리미엄 라인을 신설해 슬로우 패션 시장 개척에 나섰다. 막스앤스펜서(Maks&Spencer)는 올 F/W부터 영국 장인들이 생산한 의류 라인을 추가하기로 했다.10배 이상 비싼 고품질 의류에 선뜻 지갑 열어
이같은 현상에 대해 코트라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소비자 인식 및 관심 증가는 슬로우 패션이라는 새로운 시장 트렌드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며 “향후 영국 시장을 견인하는 메이저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회복기에 증가하는 구매력과 제품에 애착을 느끼는 ‘정’이라는 전통적 소비가치가 맞물려 호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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