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10)] 패션의류 역사를 다시 쓴 게임체인저, 스판덱스의 미래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10)] 패션의류 역사를 다시 쓴 게임체인저, 스판덱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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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방(Blending)은 곧 하이브리드
군복 소재는 예외 없이 T/C 혼방 원단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면은 가장 쾌적한 의류 소재지만 강도는 합섬에 비해 약하다. 매일 착용해야 하고 낮은 포복시의 가혹한 마찰에도 버텨야 하며 철조망에 걸려도 찢어지지 않을 강인한 내구성을 군복이 요구하기 때문에 보강재로 합섬을 투입한 것이다. 혼방의 목적이 다만 원단의 성능을 보완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Ramie/cotton 혼방원단은 의류소재로 사용이 어려운 딱딱한 모시를 부드럽게 만들어 의류에 적용하려는 이유로 면을 섞는다. 동종의 ‘마’ 이지만 Linen/cotton 혼방의 목적은 전혀 다르다. Linen은 단지 너무 고가여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면과 물타기를 한 것이다. 비용 절감이 목적이므로 이 경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비슷하다. 이종의 다른 두 섬유를 섞어서(Blending) 양쪽의 장점만을 획득한 새로운 소재가 혼방이다. 하이브리드 개념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의류에 사용 가능한 소재는 극히 제한적이다. 5000만 생물 중, 단 4종에 불과한 천연섬유와 태어난 지 채 1세기도 되지 않은 몇 종류에 불과한 합성섬유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혼방과 교직은 극히 협소한 의류소재 선택의 폭을 하이브리드를 이용해 크게 확장한 일종의 스케일업(Scale up)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원단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재생 합성섬유(Recycled Synthetic)
지속가능(Sustainability) 일환으로 재생 합섬소재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재생합섬의 원료는 대부분 PET병이다.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의류는 염색되어 있고 각종 화학물질, 발수, 코팅 등 후가공이 포함되어 재생이 훨씬 더 어렵다.

PET병은 물리적 재생이 가능하지만 의류는 그보다 3배나 더 비싼 화학적 재생이 필요하므로 현재는 관심사가 멀다. 앞으로 재생화섬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원료인 PET병의 공급은 수요와 상관없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더불어 한 해에 버려지는 새 옷만 300억장에 달하는 넘쳐나는 의류 쓰레기 때문에 합성의류의 재생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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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단일 소재(Mono Material)
의류의 재생영역을 확장하고 재생비용을 낮추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MM(Mono Material)이다. 의류재생의 첫 단계는 소재별 분류이다. 그런데 혼방이나 교직은 소재별 분리가 불가능해 재생 순위에서 밀려나거나 폐기될 운명이다. 그런 이유로 이제는 제조 시점부터 재생을 고려하여 원단을 설계하고 개발해야 한다. MM의 사용이 확대되면 프로세스가 Open에서 폐쇄루프(Closed -loop) 재생 개념으로 연장된다. 

폐쇄루프 재생(Closed-loop recycling)
폐쇄루프 재활용은 제품 또는 재료를 사용 후 재활용되는 과정에서 성능을 유지하며 무기한으로 새 제품 또는 원료로 다시 전환하는 프로세스이다. 반대로, Open-loop 재활용은 제품이 재활용되기는 하지만 버진(Virgin) 원료와 혼합되어 원래보다 등급이 낮은 다운 사이클로 이어지는 프로세스이다. 이상적인 폐쇄루프 시스템은 낭비가 없다.

제품은 원재료로 시작하여 전량 대체 제품으로 재활용되거나 처음의 원재료로 돌아가거나 생분해성 폐기물로 환경에 반환되는 순환적인 수명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Closed’라고 한다. 재활용품이 쓰레기나 오염 물질로 끝나지 않고 전량 회수되고 재사용됨에 따라 폐기물의 양은 줄어든다.

스판덱스의 운명
스판덱스는 패션의류 역사를 바꾼 게임체인저다. 스판덱스 원단은 기능뿐 아니라 이른바 ‘간지’라고 불리는 원단 외관의 품위와 가치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십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 나가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 게임체인저가 난관을 만났다.

기능은 패션과 스타일을 이길 수 없다. 아름다움은 지속가능(Sustainability)를 이기지 못한다. 직물에 삽입된 단 몇 %에 불과한 스판덱스 혼용이 MM을 불가능하게 하고 Closed-loop 재생을 막기 때문에 스판덱스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이 단순한 결론은 스판덱스 없이 원단에 탄성을 부여하는 기계적 신축(Mechanical Stretch) 소재의 수요 증가는 물론 동종의 신제품 개발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T400이라는 혁신 소재를 만들고도 시장의 차가운 반응 때문에 우울했던 듀폰은 이제 웃게 될까? 효성 주식은 팔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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