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가 공급망 내 환경·사회 문제를 점검하기 위한 활용 중인 내부 감사시스템이 노동착취 등 불법행위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럭셔리 브랜드 감사 서류와 법원 문서, 20명 이상의 제조업체 근로자, 감사원, 공급망 관리자, 공급업체, 변호사, 산업 전문가, 임원 및 노동조합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탈리아의 방대한 럭셔리 공급망 내에서 사회 및 환경 기준에 대한 비효율적인 감사시스템이 만연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정부는 디올, 조르지오 아르마니, 알비에로 마르티니 등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들의 공급망 내에서 부정행위를 발견했다. 밀라노 인근에 위치한 디올 가죽제품 하청업체 AZ오퍼레이션 역시 지난해 6월 노동착취 혐의로 이탈리아 검찰에 의해 고발됐다. 최근 로이터가 검토한 미공개 감사 문서에 따르면 AZ오퍼레이션은 법적 제재를 받기 전인 2023년 1월과 7월에 두 번의 환경 및 사회 검사를 통과한 바 있다.
감사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밀라노 법원 문서에 따르면 AZ코퍼레이션은 2023년 기준으로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2024년 4월 경찰 조사 결과 이 회사는 착취적인 환경에서 불법체류노동자를 학대하는 별도의 사업체인 뉴 레더 이탈리아(New Leather Italy)의 전신이었다.
이러한 발견은 밀라노 검찰이 지난해 6월 이탈리아 디올 생산부서 ‘매뉴팩쳐 디올’을 법원 관리에 넘기게 된 요인 중 하나였다. 밀라노 검찰의 조사 발표 이후 디올은 7월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정기적인 감사에도 불구하고 두 공급업체가 불법적인 관행을 숨기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후 “이러한 행위는 자사의 가치와 공급업체가 서명한 행동 강령과 모순된다”고 비난했다.
컨설팅 회사 베인에 따르면 장인 기술로 유명한 이탈리아에는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의 본사가 있으며 럭셔리 의류 및 가죽 제품 세계 생산량의 50~55%를 차지한다. LVMH를 포함한 글로벌 럭셔리 그룹은 생산 대부분을 여러 외부 계약업체에 아웃소싱하며 불법체류자 고용, 강제노동과 불안전한 노동환경 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제작을 외부 공급업체에 의존하는 것은 비용을 절감하고 수요를 관리하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말한다.
한편 디올과 아르마니는 밀라노의 노동착취 조사의 일환으로 여전히 법적관리를 받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