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드가 급변하는 이시대는 분명, 패션을 만드는 사람이나 입는 사람 모두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판단기준이 모호한 시점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천하를 호령하던 막강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고, 그나마 죽을때 혼자 죽는게 아니라 그 엄청나고 방대한 발끝에 매달려 있던 수많은 프로모션 업체와 소재업체들이 하룻밤이 멀다하고 엄동설한 저편으로 속속 나가 떨어져 나가는 이런 현실은 패션의‘영웅부재’의 현상이 앞으로 한동안 지속될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요즘 패션과 소재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동종업계들이 법정관리와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의 여파때문인지 뭔가 허탈감과 무기력함 그자체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무리한 사세확장과 차입경영이 부도의 주요 원인이였다고 하지만, IMF이후에 사라진 수많은 패션관련 업체들의 몰락과 비운의 후유증이 지금쯤에서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이자리에서 ‘패션이란 마치 생명체와 같아서 어린아이를 키우듯이 장기적인 투자와 꾸준한 사랑을 퍼부어야 했었다’는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 것이다.
어쩌면 오히려“갖은 기술 하나 없이, 남들 하는대로 모두가 ‘헤쳐 모일 수 밖에 없는’현실을 무시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에 대해 강력한 반문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미완성으로 맞은 국제화 시대
물론, 이시점에서 선진국형 패션산업과 우리네 그것을 비교하며 상대적인 열등감에 시달린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유럽의 패션 산업은 수백년동안의 그들의 전통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고, 일본은 주변국의 불행을 바탕으로 선진적 기술감성을 단독으로 흡수 발전해 온 나라인데 비해, 우리는 이런저런 터널과 과정을 모조리 생략해 버린채, 어느 순간부터 그들과의 경쟁에 휘말려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주변산업과 발전하는 유럽패션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을 다 눈감고 봐주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각박하다.
서구자본국가들도 이제 위험을 감수하고 수익선을 다변화하기 위한, 브랜드의 다양화를 미덕으로 삼았던 시대착오적 발상의 무모함과 콘트롤 할 수 없는 거대함보다 자신의 노하우를 소중히 여기고 주변을 훌륭하게 키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예를들어, 엘메스의 스카프 올드 잉글랜드의 가디건과 스웨터 앙상블… 니나리치의 케이프… 쁘띠 마트로의 세일링코트… 버버리의 레인코트… 라꼬스떼의 폴로.. 헤인즈의 T셔츠…아니에스의 가디건…에피의 바케츠 가방등을 생각해보자.
이들은 우리 귀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브랜드와 그들을 상징하는 정번 상품이자 프랑스 사람들이 수십년 심지어는 수백년동안 키워온 자랑의 일부이다.
그들의 워드로브나 라이프 씬을 보면 우선 패션감각과 주관이 처음부터 확고하게 설정되어 있어, 적어도 우리처럼 잡지나 트랜드의 정보에 좌우되지 않는 범접할 수 없는 그 어떤 카리스마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강한 이유가 자국의 주변산업과 함께 발전하고 있는 동반자적 마인드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로인한튼튼한 산업구조에 있다는 것에 우리는 종종 맹목이 되곤 한다.
돈보다 필요한 애정과 사명감
우리는 어떤 결과만을 놓고 부러워하고 때때로 시기한다.
그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고통과 인내의 시기를 거쳐왔는가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채, 왜 우리는 이보다 못한가에 대해 먼저 말하게 되는 것이다.
주체성 없는 사람들의 브랜드에 대한 맹신과 외제 선호사상이 온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떠들어대지만, 그런말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국내 패션산업의 육성에 대해 얼마큼 인식하고 어떻게 나서왔는지 먼저 반성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백화점들에게 시달리고 있음을 읍소하는 한편에서, 마치 매운 시집살이를 복수하는 시어머지처럼 하청업자들에게 휘둘렀던‘로우 리스크·하이리턴’의 상거래관행도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의 이론이 언제나 ‘돈부터 벌고나서’라는 발상이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제 우리는‘모두가 돈을 벌기 위해 어떤 투자를 해야할 것인지, 산업에 대한 장기비젼은 얼마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서로 동반자적 마인드로 절실한 연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판도라 상자속의 희망
사실, 지금까지 우리는 ‘전문화 세계화’를 한소리로 떠들어 대긴 했지만, 그 실체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지금 패션산업이 겪고 있는 작금의 과정들은 창의적인 인간에 대한 투자보다 남의 것을 컨닝하고 카피하며, 일시적인 전시효과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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