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기도 쉽고 어려운 사업. 바로 섬유다. 전자가 60~9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면 후자는 2000년 이후의 얘기다. 왜 그럴까. 전자는 전통 및 재래식 생산 방식에다 경기가 돌아오면 감당 못 할 지경에 이를 만큼 물량이 넘쳐났다. 소위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쓸어 담는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2011년 오늘은 어떨까.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생산방식의 과학적인 접근에서부터 소비자의 까다로운 욕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 뿐인가. 물량 또한 소량에다 다품종이 대세다. 원가는 예측 불허로 올라만 가고 수출 단가는 제자리걸음. 많아야 5% 안팎에 그치기 일쑤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타이트 해질 것이 확실시 되는 흐름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스트레치, 자연섬유화, 감성을 자극하는 촉감, 고기능성, 산업용, 친환경, 리싸이클 소재가 개발의 주요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4대 메이저 화섬 대기업 역시 불꽃 튀는 개발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신소재 군이다.
화섬사의 자연섬유화는 90년대 초·중반기부터 특수 가연기계를 동원해 불붙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주요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친환경 소재와 리싸이클 소재, 고기능성, 특수소재, 산업용 특수소재들의 개발경쟁이 볼만하다. 감성과 기능성이 어패럴을 겨냥한다면 친환경, 리싸이클 소재와 고강도 특수기능성은 산업용을 겨냥하고 있는 양상이다.
2011년 11월17일 한국섬유개발연구원 2층 국제회의장. 국내 4대 화섬 대표 기업들이 신소재 개발동향을 소개한 자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동향 설명을 듣고 정보를 얻기 위해 참석한 250여 명의 섬유업계 개발관계자 및 오너들의 눈과 귀가 바짝 긴장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화섬 직물을 주 품목으로 하는 기업들의 개발력이 화섬메이커들의 그것과 비교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직물기업>화섬메이커’라는 부등식이 성립할까. 아마도 성립하기 어려울듯하다. 그렇다면 큰일이다. 80~90년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차별화 소재의 개발은 직물기업들이 주도했다. 당시에는 최소한 위 부등식이 성립했다. 2011년 오늘의 현주소는 어떨까.
어떻게 보면 직물기업들이 화섬 대기업을 따라가는 흐름으로 보인다. 신소재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그것을 차별화 직물에 응용하고 접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소위 신소재는 강가의 잘생긴 돌에 불과할 뿐이다.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소재와 사가공, 준비, 제직, 염색, 가공, 후가공에 이르는 전 공정 조합이 맞아 떨어져야만 하는 필요조건이 따라 붙는다.
신소재를 들고 직물설계에 임하는 개발자가 이미 완성품과 그에 따른 전 공정조합이 그림처럼 펼쳐져야만 개발다운 제품이 탄생하는 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자의 역량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올 봄.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당시 소위 신제품들이 잇따라 출품됐었다. 그러나 왜(?)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왜 그럴까. 남이 하니까. 해외 전시회에서 눈동냥으로 얻은 정보(?)를 소화도 없이 직행하듯 직물개발에 갖다 붙이는 수준에 불과한 개발이었다.
원사의 특성과 완제품의 기능 및 특성을 고려한 설계야 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하다. 당연히 설계는 원사부터 전 공정을 거치는 과정을 포괄적이고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깔려있다. 혹 어떤 개발자가 펄펄 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전 공정을 소화하고 설계에 임하는 개발자나 오너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
최소한 개발자라면 제일모직, 코오롱 스포츠 매장을 한번 방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완제품의 품질에서 과학적인 설계와 공정 그리고 개발자의 고민과 연구흔적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차별화 직물 응용력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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